1박 2일, 잠 없는 상담의 기억
1991년, 나는 특별한 경험에 뛰어들었다.
1박 2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진행되는 집단 상담. 그때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었다.
뭔가 특별한 통찰이 일어날 거라 믿었다.
새벽 1시, 열린 문
시간이 흐르고 새벽 1시쯤 되었을 때였다.
잠에 빠지다 보니 의식이 잠잠해지면서, 마치 단단히 잠겨 있던 문이 열리듯 잠재의식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어릴 때 경험했던 상처와 트라우마가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LG전자 구미 연수원에 함께 온 직장 동료들 앞에서 가장 깊은 곳에 숨겨뒀던 이야기들을 오픈하게 되었다.
최면 전문가인 설기문 박사가 나를 주목했다. 그로부터 집중적인 상담을 받게 되었다.
그 순간은 강렬했다. 하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혼란의 시작
연구들은 이런 현상을 명확히 설명한다.
모든 형태의 수면 부족은 피로감, 낮은 활력, 혼란 같은 부정적 기분을 증가시킨다.
일의 수행과 상황 인식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더 놀라운 건 이것이다.
하룻밤만 잠을 자지 않아도 사람들은 비현실감을 경험한다. 자기 자신과 주변에 대한 분리감이 생긴다.
이런 해리 증상이 심리적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잠을 안 자는 마라톤 상담은 오히려 자기를 잃는 경험이 되기 쉬웠다.
당시 잠을 자지 않고 받았던 집단 상담은 나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는 있었지만,
극심한 수면 부족과 강도 높은 감정 공유는 내게 큰 혼란을 남겼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더 큰 혼돈이었다.
그 결과? 나는 약 10년 동안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방황했다.

종교 속에서 찾아온 또 다른 혼란
방황하던 나는 기독교 신앙 속에서 답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새로운 믿음은 또 다른 영적 정체성 혼란을 일으켰다.
미국심리학협회는 이를 **’종교·영적 고뇌’**라고 부른다. 자신이 신성하게 여기는 것과 관련된 긴장과 갈등이다.
여기에는 이런 것들이 포함된다:
- 신에 대한 분노
- 악에 대한 두려움
- 믿음에 대한 의심
- 도덕적 죄책감
-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
- 종교 공동체와의 갈등
이런 고뇌가 얼마나 흔한지 아는가?
전국 조사에서 약 33%의 사람들이 최근 몇 달 안에 종교·영적 고뇌를 경험했다고 보고한다. 세 명 중 한 명꼴이다.
연구들은 이런 영적 갈등이 불안, 우울, 강박적 사고 같은 정신 건강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나에게도 7년간의 기독교 생활은 그랬다.
1993년 경상북도 구미에 있는 순복음 교회에서 믿음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0년 가족 모두가 수원으로 이사하게 되었고, 수원 중앙장로교회에서 2년간 다니게 되었다.
순복음 교회와 장로교회의 신앙 방식 차이 속에서 나는 더욱 신앙적 정체성 혼란에 빠졌다.
믿음과 정체성 사이의 갈등. 두려움과 죄책감이 계속 밀려왔다.
하지만 갈등은 성장의 씨앗이다
APA는 중요한 관점을 제시한다.
영적 갈등이 고통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내면의 질문을 탐구하고 신념을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혼란을 통해 더 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023년, 영적 코칭과 두 개의 화두
내가 다시 힘을 얻은 것은 2023년, 영적 코칭을 받으면서부터다.
인생의 바닥에서 자연스럽게 영적 스승을 만나게 된 것이다.
이번엔 불교적 맥락의 코칭이었다. 나는 두 개의 화두를 받았다.
첫 번째 화두: 세상에 보이는 것은 없는 것이다
영적 스승인 코치가 내게 물었다.
“세상에 보이는 것은 없는 것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답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스스로 답을 찾으라고 했다.
나는 3개월 동안 이 화두를 붙들고 살았다. 출근길에도, 회의 중에도, 잠들기 전에도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3개월 후, 깨달았다.
“세상은 모두 변하고 있구나.”
내 앞에 있는 이 책상, 저 나무, 함께 일하는 동료들… 모두 매 순간 변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포는 죽고 새로 태어나고, 물질은 분해되고 재구성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보는 ‘세상’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미 지나간 순간의 기억일 뿐이었다.
내 머릿속에 저장된 이미지, 개념, 판단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진실을 가슴으로 깨우쳤다.
두 번째 화두: 너도 없는 것이다
영적 스승인 코치가 다시 물었다.
“너도 없는 것이다. 네가 만질 수 있는 팔, 다리, 몸뚱아리, 키, 감정, 생각, 신념, 가치관… 이 모든 것이 없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스스로 답을 찾아보거라.”
이 화두는 더 어려웠다. 내가 없다니?
나는 1년 동안 이 질문과 씨름했다.
그리고 1년 후, 깨달았다.
나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도 변하고 있다는 것을.
- 10년 전의 나
- 1년 전의 나
- 1개월 전의 나
- 1일 전의 나
- 1시간, 1분, 1초 전의 나
모두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 ‘지금 여기’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미래는?
- 1초, 1분, 1시간 후의 나
- 1일 후의 나
- 1개월 후의 나
- 1년 후의 나
- 10년 후의 나
이것들도 상상 속의 관념에 지나지 않았다.
고정된 ‘나’라는 것은 없었다. 매 순간 변하는 흐름만이 있을 뿐이었다.
두 개의 문, 하나의 깨어남
2023년은 특별한 해였다.
6개월 동안 요한계시록을 비유 풀이로 공부하는 성경공부에도 참여했다.
글자 그대로가 아닌 상징과 비유로 읽는 요한계시록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결국 나는 1년간 두 개의 문을 통과했다:
- 불교식 깨어남: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 기독교식 깨어남: 상징으로 읽는 성서, 온전한 깨어남과 새로운 나라(천국)
연세대학교 언더우드관 앞, 그 순간
어느 날,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재단 건물로 올라가는 길을 걷고 있었다.
길목에 있는 돌에 새겨진 성경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툭’ 하고 떨어져 나갔다.
나라고 하는 틀, 상자 밖으로 나오는 깨어남을 체험했다.
나라고 하는 완고하고 부정적인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온전히 체험한 것이다.
10년 전 혼란 속에서 방황하던 내가 찾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깨어남은 어떤 특별한 상태에 도달하는 게 아니었다. 나를 옭아매던 틀과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었다.
나의 부정적인 틀과 관념 너머에 진리인 순수한 사랑이 있다는 체험. 그것이 온전한 자유를 주었다.
1년간의 실천
이런 깨달음은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일상의 작은 실천에서 왔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매 순간
먼저 이전의 김만수는 없어졌고, 내가 사랑의 존재임을 되뇌었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먼저 살폈다.
“지금 이 순간, 내 몸은 어떤가? 마음은 어떤가?”
의도적으로 나를 부인하는 언행
주변 선배, 동료, 후배들에게 이렇게 소개했다.
“나는 김만수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자녀이자 영적인 존재인 사랑입니다.”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자신은 실체가 없습니다. 관념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신의 실존이 무엇인지 알아차려보세요!”
“눈에 보이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습니다. 허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자각해보세요.”
“자신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습니다. 왜 그런지 자각해보세요.”
나는 깨어난 이후부터 새끼 도사가 되어서 평택 러닝센터에서 영적인 코칭을 하기 시작했다.
코칭 과정에서 배운 것들
- 나의 가치와 삶의 목적을 다시 정의했다
-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법을 배웠다
-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법을 익혔다
영적 코칭의 힘
영적 코칭은 사람의 가치와 믿음을 더 큰 목적과 일치시키고, 삶의 전환을 안내하는 작업이다.
전문가들은 영적 코칭이 이런 것들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 두려움과 내면의 장애 극복
- 직관을 신뢰하는 법
- 과거의 상처 치유
영적 코치는 현재의 목표와 함께 내면 깊은 곳에 쌓인 무의식적 신념과 상처를 다룬다.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렬하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는 명확하다.
영적 자원이 어려움 속에서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관계, 신념, 영적 실천을 통해 역경을 이겨낸다.
또 다른 연구는 영적 코칭을 받은 현장 교육자들에게 이런 변화가 있었다고 발견했다:
- 지식과 실천 향상
- 영적 정체성 변혁(Transformation –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
- 업무 전략과 정신 에너지 증가
나의 경험도 이를 증명했다. 이런 작은 실천들이 조금씩 깊은 혼란을 풀어냈다.
마침내 나는 경험했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사랑하는지 선명하게 알아차리는 깨어남을.
마음의 여행을 위한 S-TOP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 S-TOP을 발견했다.
Stepback, Think, Option, Proceed the goal의 두음글자다.
삶의 여행에서 길을 잃었을 때 다시 길을 찾도록 돕는 네 걸음이다.
S – Stepback (멈추고 감각을 느끼기)
혼란과 감정이 덮칠 때 잠시 멈춘다.
- 숨을 고른다
- 손끝과 발바닥의 감각을 느낀다
- 지금 이곳에 집중한다
수면 부족이 해리 증상을 악화시키듯, 몸의 신호를 놓치면 마음도 흔들린다.
그래서 몸의 감각으로 돌아오는 것이 첫 번째 걸음이다.
T – Think (느낌과 생각을 살펴보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성찰하고 기록한다.
- 어떤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지 살핀다
- 영적 갈등의 종류를 인식한다
- 자신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해 준다
“너는 지금 힘들구나. 괜찮아. 이 감정도 지나갈 거야.”
O – Option (나만의 치유 방법 고르기)
여러 방법 중 자신에게 맞는 하나를 선택한다:
대화를 통한 상담 신뢰하는 사람이나 전문가와 마음을 나눈다.
감정 일기 매일 느낀 감정과 생각을 적어본다.
감사 일기 하루에 감사한 일 세 가지를 기록한다.
움직임 명상 요가, 산책, 춤 등 몸을 움직이며 마음을 정리한다.
기도와 명상 고요 속에서 내면과 만난다.
예술 활동 그림, 음악,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한다.
연구는 이렇게 말한다. 영적 실천과 신념이 회복탄력성을 키우고, 경험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P – Proceed the goal (실행하기)
선택한 방법을 일상 속에서 실천한다.
일기를 매일 쓰기로 했다면?
- 시간과 장소를 정한다
- 지속적으로 반복한다
- 감사 표현을 꾸준히 한다
코칭에서 배운 것처럼,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든다.
혼란은 길이 될 수 있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질곡에서 절실한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
혼란과 고통도 깨달음을 향한 여행의 일부다.
수면 부족과 강도 높은 상담은 나에게 긴 혼란을 남겼다.
하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는 내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영적 정체성의 갈등도 두려움과 질문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성장의 초대장이었다.
마지막으로 영적 코칭과 알아차림의 실천은 나를 새로운 깨달음으로 이끌었다.
여러분에게
우리 모두 삶의 어느 순간에 혼란을 경험한다.
그럴 때 S-TOP의 네 걸음을 따라가 본다:
- 멈추고 감각을 느낀다
- 마음을 살핀다
-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한다
- 실천한다
혼란은 외면해야 할 적이 아니다. 나를 일깨우는 친구다.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의 안내자다.
나의 10년 방황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의 혼란도 지금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가고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 길을 따라가 보라.
알아차림 마스터
김만수 MCC
#알아차림 #멈춤 #혼란의가치 #S_TOP #현존 #순수의식
